"들리지 않는다고, 열정마저 없는 건 아니죠."

1일 오전 영남대학교 야구장. 대구 유일의 청각장애인 야구단 '호크아이'는 사회인야구단 '강동진베이스볼클럽'을 맞아 발에 땀 나듯 치고 달렸다. 감독`코치의 지시도, 선수들 간 내지르는 '콜'도, 관중의 환호도 들을 수 없었지만, 서로 눈빛으로 경기 흐름을 읽으며 빈틈없는 수비와 매서운 공격력으로 상대팀을 압박했다.

호크아이 선수들은 비록 경기는 6대9로 졌지만, 사회인야구단과 가진 첫 경기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얻었다. 호크아이의 선전에 진땀을 뺀 강동진베이스볼클럽 선수들도 패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들은 장애-비장애로 나뉜 벽을 그렇게 허물었다.

대구에서는 처음 열린 장애-비장애인 간의 야구대회라는 점에서 주목받은 '2014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어울림 야구대회'는 장애인야구단엔 '희망'을 품게 했고, 비장애인야구단엔 '편견'을 깨는 시간이 됐다.

그동안 축구, 풋살, 등산 등의 경우 장애-비장애인의 어울림 대회가 한 번씩 열렸으나 야구의 경우 장애인야구단으로는 호크아이가 유일한데다 그나마도 실력 차이가 크다는 선입견 등이 발목을 잡았고, 연결고리도 없어 열리지 못했다.

대구시농아인체육연맹이 주관하고 대구시장애인체육회가 주최한 이번 대회는 그래서 의미가 남달랐다. 호크아이를 비롯해 2014 농아인 국가대표팀이 장애인 팀을 대표해 대회에 나섰고, 강동진베이스볼클럽과 리오 파이터스 등 2개 사회인야구팀이 그들의 도전에 맞섰다.

박영진 호크아이 단장은 "사회인야구팀과는 처음 가진 경기였다. 떨리고, 흥분됐을 텐데도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 흥미진진한 승부를 펼쳤다. 많은 노력을 한 결과가 그라운드서 우러나왔다"고 했다.

2010년 4월 창단한 호크아이는 최근까지 일정한 연습장이 없어 빈 운동장을 찾아다니며 주 1회 연습을 해 왔다. 십시일반 낸 회비로 팀이 운영되다 보니 한참 동안 변변한 유니폼도 야구용품도 없었다. 지난해 대구시장애인체육회와 올해 한 보청기 회사의 후원으로 그나마 구색은 갖췄지만 마땅한 상대를 찾지 못해 그들만의 연습에 열중해야 했다. 그들에게 경기경험이라고는 1년에 3차례 열리는 농아인야구대회 출전이 전부였다.

들을 수 없다는 점, 열악한 환경도 그들의 열정을 막진 못했다. 김정중(37) 호크아이 내야수는 "전국적으로 농아인야구팀 수가 적어 시합하기가 쉽지 않다. 내심 사회인야구팀과 한번 겨뤄보고 싶었다. 경기를 통해 많이 배웠고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강동진베이스볼클럽 선수들도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었으나 실력이 상당했다. 특히 야구에 임하는 자세는 우리 팀이 배워야 할 부분이었다. 앞으로 수화를 배워 그들과 종종 경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4-11-3 매일신문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기사 출처->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55808&yy=2014#axzz3HzPmdIua